제16회 이수현씨기념방일연수 후기 (4-上) - 사노고 방문 & 홈스테이(2/10-2/11)
#2월 10일, 사노고등학교 방문
아침에 모여서 오오니시 선생님으로부터 안내말씀을 들은 뒤, 사노고등학교로 출발했다. 매년 고등학생과의 교류를 위해 가는 고등학교로, 이곳으로 가는 이유는 크게 특별한 것은 없고 간사이 센터에서 가장 가까워서라고 사전 OT때 김영신 차장님께 들은 바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 일본에 와서 센터에서 둘째 날 들은 설명에 의하면, 보통과(안에 이과/문과가 있는듯)와 국제교양과가 있어, 국제교양과는 영어와 제2외국어 수업이 더 많은 등, 좀 더 국제교류 쪽으로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고 했다. 실제로 우리가 이후에 교류회를 진행한 학급들도 다들 국제교양과 소속으로, 아마 그러한 학교의 특색도 우리가 사노고등학교를 방문하게 된 데에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가 싶다.
아침에 모여서 오오니시 선생님으로부터 안내말씀을 들은 뒤, 사노고등학교로 출발했다. 매년 고등학생과의 교류를 위해 가는 고등학교로, 이곳으로 가는 이유는 크게 특별한 것은 없고 간사이 센터에서 가장 가까워서라고 사전 OT때 김영신 차장님께 들은 바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 일본에 와서 센터에서 둘째 날 들은 설명에 의하면, 보통과(안에 이과/문과가 있는듯)와 국제교양과가 있어, 국제교양과는 영어와 제2외국어 수업이 더 많은 등, 좀 더 국제교류 쪽으로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고 했다. 실제로 우리가 이후에 교류회를 진행한 학급들도 다들 국제교양과 소속으로, 아마 그러한 학교의 특색도 우리가 사노고등학교를 방문하게 된 데에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가 싶다.
사노고등학교 첫인상
센터에서 사노고등학교까지 가는 길은 오래 걸리지 않았고, 방문하자마자 교문에 우리 연수단원들 이름을 한글로 써 준 환영 안내판을 볼 수 있었다. 학교 자체가 1903년에 처음 세워져서 그런지 본관동은 꽤 오래되어 보이는 벽돌 건물이어서, 평소에 우리가 보던 학교건물과는 다른 인상을 주었다. 그리고, 신발을 슬리퍼로 갈아신고 들어갔는데, 나중에 보니 사노고 학생들은 다들 자기 실내화를 넣는 신발장을 따로 두고 있었다. 이것도 매체에서 보던 것과 똑같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한국 소개발표 & 프리토크
우리는 바로 다용도실 같은 곳으로 이동해 1학년 학생들과의 교류회를 준비했다. 전날 준비한 한국 소개 발표도 이 때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사노고 학생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자 사노고의 선생님과 학생 중 한명, 그리고 단장인 영준이가 각각 인삿말을 했고, 인삿말 도중 영준이가 자신의 교복이 일본 남학생들의 가쿠란과 비슷하다며 말을 꺼내서,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교복 자켓 교환 이벤트(?)가 이루어졌다. 어디에나 손뼉을 마주쳐서 박수 쳐 줄 사람은 있는 법이다.(물론 나중에 헤어질 때 다시 바꿔입었다) 이후 교류 발표는 준비한 대로 진행되었고, 프리토크 시간이 왔다. 한국 학생 두세명 한 조에 일본 학생 5,6명 정도로 짝을 맞춰서 이야기를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대화할 거리가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역시 다들 고등학생인지라, 학교나 일상 생활 이야기(+한국의 야자가 얼마나 쇼킹한 제도인지)를 하다 보니 말이 잘 통했다. 또, 한국에 대해 꽤 관심이 많은 친구들도 많아서 이야기나누기가 더 수월했던 듯 하다. 이후에도 대화하면서 느낀 바이지만, 국제과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한국 문화(주로 연예)에 관심 있는 학생들도 많았다. 한국인들도 일본 화장품이나 과자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다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한국 패션이나 화장품에 관심 있는 일본 학생들도 많았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왜색과 같은 다소 비하적인 표현을 제외하면 일류(日流)나, 그와 비슷한 의미의 중성적인 표현이 잘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일본에는, 한류(韓流)라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를 알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정치, 역사적 문제야 다른 문제로 치고 한국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학생들도 많았으니 말이다. 일본 문화를 비교적 거부감 없이 접해 온 나만 해도 정치/역사와 문화 이 두 분야의 문제를 잘 분리해서 일본을 생각하기가 어려운 것을 생각해보면 그런 점에서는 역사상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 차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발표는 교시를 나눠서 각각 다른 반이 들어왔기 때문에, 두 교시에 나눠서 이뤄졌다. 내가 속한 B조는 두번 째 교시에 발표를 하게 되었다. 주제는 앞 편에서 말했듯이 한국 고등학생의 패션. 내가 패션이나 외모 분야에 워낙 문외한이기도 해서 처음에 시작할 때는 떨리는 것도 있었지만, 하다 보니 다들 잘 알아듣는 것 같아서 나름 괜찮게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바로 다용도실 같은 곳으로 이동해 1학년 학생들과의 교류회를 준비했다. 전날 준비한 한국 소개 발표도 이 때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사노고 학생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자 사노고의 선생님과 학생 중 한명, 그리고 단장인 영준이가 각각 인삿말을 했고, 인삿말 도중 영준이가 자신의 교복이 일본 남학생들의 가쿠란과 비슷하다며 말을 꺼내서,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교복 자켓 교환 이벤트(?)가 이루어졌다. 어디에나 손뼉을 마주쳐서 박수 쳐 줄 사람은 있는 법이다.(물론 나중에 헤어질 때 다시 바꿔입었다) 이후 교류 발표는 준비한 대로 진행되었고, 프리토크 시간이 왔다. 한국 학생 두세명 한 조에 일본 학생 5,6명 정도로 짝을 맞춰서 이야기를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대화할 거리가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역시 다들 고등학생인지라, 학교나 일상 생활 이야기(+한국의 야자가 얼마나 쇼킹한 제도인지)를 하다 보니 말이 잘 통했다. 또, 한국에 대해 꽤 관심이 많은 친구들도 많아서 이야기나누기가 더 수월했던 듯 하다. 이후에도 대화하면서 느낀 바이지만, 국제과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한국 문화(주로 연예)에 관심 있는 학생들도 많았다. 한국인들도 일본 화장품이나 과자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다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한국 패션이나 화장품에 관심 있는 일본 학생들도 많았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왜색과 같은 다소 비하적인 표현을 제외하면 일류(日流)나, 그와 비슷한 의미의 중성적인 표현이 잘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일본에는, 한류(韓流)라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를 알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정치, 역사적 문제야 다른 문제로 치고 한국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학생들도 많았으니 말이다. 일본 문화를 비교적 거부감 없이 접해 온 나만 해도 정치/역사와 문화 이 두 분야의 문제를 잘 분리해서 일본을 생각하기가 어려운 것을 생각해보면 그런 점에서는 역사상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 차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발표는 교시를 나눠서 각각 다른 반이 들어왔기 때문에, 두 교시에 나눠서 이뤄졌다. 내가 속한 B조는 두번 째 교시에 발표를 하게 되었다. 주제는 앞 편에서 말했듯이 한국 고등학생의 패션. 내가 패션이나 외모 분야에 워낙 문외한이기도 해서 처음에 시작할 때는 떨리는 것도 있었지만, 하다 보니 다들 잘 알아듣는 것 같아서 나름 괜찮게 했다...고 생각한다.
옷 바꿔입은 영준이와 사노고 학생(촬영: 간사이 센터)
##점심식사
오전 교류 순서가 끝난 뒤에는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점심을 위한 투쟁은 한국과 마찬가지인지, 점심시간 종이 치자마자 뛰어오는 학생들이 보였다. 우리는 사전 OT때의 앙케이트에서 미리 신청한 메뉴를 받았다. 당연히 한달 가까이 전에 신청한 메뉴가 기억이 날 리가 없었지만, 일본인 특유의 준비성 덕인지 센터에서 다행히도 우리들이 선택한 메뉴 리스트도 가져와서 그걸 보고 제대로 음식을 받아 갈 수 있었다. 여기서는 급식을 미리 신청하고 받는 것이 아닌 그 자리에서 주문하고 자서 먹는 학생과 도시락을 싸 와서 먹는 학생으로 나눠져 있어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점심을 들고 와 우리와 같이 앉았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남학생들은 남학생끼리, 여학생들은 여학생끼리 앉게 되었는데 일본 남학생들이랑 이야기가 잘 통한 편이어서 나중에는 같이 셀카도 찍고, 온갖 이야기를 다 나눴던 것 같다. 그 자리에서 만든 LINE 방 '関西一(누구의 작명센스인지는 모르겠으나 간사이 no.1과 같은 의미)'에서도 이후에 우리가 연수를 끝마칠 때 까지는 이야기가 이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벌써 1년이 다 되어 조용해져 버렸지만...
오전 교류 순서가 끝난 뒤에는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점심을 위한 투쟁은 한국과 마찬가지인지, 점심시간 종이 치자마자 뛰어오는 학생들이 보였다. 우리는 사전 OT때의 앙케이트에서 미리 신청한 메뉴를 받았다. 당연히 한달 가까이 전에 신청한 메뉴가 기억이 날 리가 없었지만, 일본인 특유의 준비성 덕인지 센터에서 다행히도 우리들이 선택한 메뉴 리스트도 가져와서 그걸 보고 제대로 음식을 받아 갈 수 있었다. 여기서는 급식을 미리 신청하고 받는 것이 아닌 그 자리에서 주문하고 자서 먹는 학생과 도시락을 싸 와서 먹는 학생으로 나눠져 있어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점심을 들고 와 우리와 같이 앉았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남학생들은 남학생끼리, 여학생들은 여학생끼리 앉게 되었는데 일본 남학생들이랑 이야기가 잘 통한 편이어서 나중에는 같이 셀카도 찍고, 온갖 이야기를 다 나눴던 것 같다. 그 자리에서 만든 LINE 방 '関西一(누구의 작명센스인지는 모르겠으나 간사이 no.1과 같은 의미)'에서도 이후에 우리가 연수를 끝마칠 때 까지는 이야기가 이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벌써 1년이 다 되어 조용해져 버렸지만...
##교내 시설 안내
이후 우리는 학교를 돌며 시설 안내를 받았다. 교장실에서의 면담도 그 중에 포함되어 있었다. 학교 역사가 오래되어서인지 역대 교장선생님의 사진이 흑백사진 시절부터 주루룩 늘어서 걸려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교장선생님은 매우 자상해 보이는 분이었다. 이어진 이야기에서는 이 연수단에 참가한 학생들은 일본 대학 진학을 희망하느냐 같은 이야기도 있었고, 일본 학생들의 진학 현황 등과 같이 우리가 물어봤던 점들도 몇 있었지만, 이 대화 중에서는 역시 자정 가까이 까지 이어지는 야자 제도를 단연 쇼킹한 이야기로 교장선생님이 받아들였던 것 같다. 사노고 교장실은 페이스북 페이지도 운영 중이었는데 이후에 보니 한국의 야자 이야기도 교장선생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들어 있었다.
학교 시설도 자전거 주차장(駐輪場)부터 시작해서 일반 교실도 들어가 보면서 학교 도서관에서 안내를 마쳤는데, 내가 받은 인상은 정말 매체에서 보던 것들과 똑같다는 것이었다. 정말 애니메이션과 영화에서 본 장면들이 현실에 튀어나온 것 같았다. 세계 어딜 가든 학교가 가장 늦게 변하는 곳이라지만, 일본은 특히, 그 전통을 중시하는 풍습과 사람들의 보수성과 맞물려서 예전부터 이어온 모습이 잘 변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또, 물론 다 같을 순 없겠지만, 교복부터 시작해서 시설까지, 내가 매체를 통해서 본 다른 실제 일본 학교의 모습들과도 크게 다른 점이 없어 일본인들의 획일성도 읽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책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한국에서도 학교 도서실에 상주하는 편인데, 일본의 모습은 어떤 지 궁금했었다. 책장으로 둘러싸인 풍경이야 큰 차이가 없겠으나, 책 구성이나 실제 이용률은 어떨 지 궁금했다. 책 구성은 훑어보니 내가 다른 일본 서점에서도 느낀 것과 같이 한국에 비해서 자국민이 쓴 책이 훨씬 비중이 높아보였다. 실제 이용률도 궁금해서, 상당히 저조한 편이라고 생각하는 한국과 비교해 보고 싶었지만, 미처 물어보지는 못한 것이 아쉽게 남는다. 이외에는 운동장이 두개가 있어 한 쪽에서는 야구부로 보이는 학생들이 운동하고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내가 아는 한국의 학교 운동부들은 일반 학생들과 거의 분리되어 수업도 적게 받고 운동에 치중하는데 일본에서는 실제로 어떨 지 궁금해졌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매체에서 볼 수 있는 것과는 다른 현실에서의 상황을 물어보지 못해 아쉬운 점이다.
이후 우리는 학교를 돌며 시설 안내를 받았다. 교장실에서의 면담도 그 중에 포함되어 있었다. 학교 역사가 오래되어서인지 역대 교장선생님의 사진이 흑백사진 시절부터 주루룩 늘어서 걸려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교장선생님은 매우 자상해 보이는 분이었다. 이어진 이야기에서는 이 연수단에 참가한 학생들은 일본 대학 진학을 희망하느냐 같은 이야기도 있었고, 일본 학생들의 진학 현황 등과 같이 우리가 물어봤던 점들도 몇 있었지만, 이 대화 중에서는 역시 자정 가까이 까지 이어지는 야자 제도를 단연 쇼킹한 이야기로 교장선생님이 받아들였던 것 같다. 사노고 교장실은 페이스북 페이지도 운영 중이었는데 이후에 보니 한국의 야자 이야기도 교장선생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들어 있었다.
학교 시설도 자전거 주차장(駐輪場)부터 시작해서 일반 교실도 들어가 보면서 학교 도서관에서 안내를 마쳤는데, 내가 받은 인상은 정말 매체에서 보던 것들과 똑같다는 것이었다. 정말 애니메이션과 영화에서 본 장면들이 현실에 튀어나온 것 같았다. 세계 어딜 가든 학교가 가장 늦게 변하는 곳이라지만, 일본은 특히, 그 전통을 중시하는 풍습과 사람들의 보수성과 맞물려서 예전부터 이어온 모습이 잘 변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또, 물론 다 같을 순 없겠지만, 교복부터 시작해서 시설까지, 내가 매체를 통해서 본 다른 실제 일본 학교의 모습들과도 크게 다른 점이 없어 일본인들의 획일성도 읽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책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한국에서도 학교 도서실에 상주하는 편인데, 일본의 모습은 어떤 지 궁금했었다. 책장으로 둘러싸인 풍경이야 큰 차이가 없겠으나, 책 구성이나 실제 이용률은 어떨 지 궁금했다. 책 구성은 훑어보니 내가 다른 일본 서점에서도 느낀 것과 같이 한국에 비해서 자국민이 쓴 책이 훨씬 비중이 높아보였다. 실제 이용률도 궁금해서, 상당히 저조한 편이라고 생각하는 한국과 비교해 보고 싶었지만, 미처 물어보지는 못한 것이 아쉽게 남는다. 이외에는 운동장이 두개가 있어 한 쪽에서는 야구부로 보이는 학생들이 운동하고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내가 아는 한국의 학교 운동부들은 일반 학생들과 거의 분리되어 수업도 적게 받고 운동에 치중하는데 일본에서는 실제로 어떨 지 궁금해졌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매체에서 볼 수 있는 것과는 다른 현실에서의 상황을 물어보지 못해 아쉬운 점이다.
사노고등학교 도서관
##수업 참관
시설 안내가 끝나고 나니 수업 참관 순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로써는 가장 기다려 왔던 순서였지만 매우 애석하게도, 국어(=일본어)나 사회과목 같은 일반 교과수업이 아닌 정보수업이어서 내가 기대하던 일반적인 교실풍경은 볼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참관 수업이니 평상시의 완전히 자연스러운 모습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손님 올 때 특히 잘 해야 하는 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같은 점이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도 학부모 참관수업이 있으면 미리부터 선생님한테 주의사항을 듣고 청소를 하는 등, 얼마나 연극을 잘 해 냈던가. 어쨌거나 같이 듣게 된 수빈이와 함께 컴퓨터실로 이동했다. 이동할 때 우리의 안내자(?) 격으로 두 학생이 와서 우리가 앉을 간이 의자도 들고 가 줬는데, 내가 들겠다고 하니 자신들이 들겠다고 하면서, 확실히 손님 대접을 해 주는 느낌이었다.
컴퓨터실에 가서 수업 시작할 때 간단한 자기소개 이후에는 교실 뒤쪽에 앉아서 학생들이 하는 것을 보게 되어 있었는데, 우리가 정보 수업 할 때도 그렇듯이, 선생님은 과제를 하나 던져주고 학생들이 알아서 하게 방목하는 수업 스타일이어서 비교적 자유롭게 학생들 사이에 끼어 들어가서 뭘 하나 하고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잡담도 나눌 수 있었다. 우리 같으면 코딩이 미래다 뭐다 해서 요즘엔 초중학교부터 정보시간에 프로그래밍 언어들을 다루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아직 교육정책에는 반영이 안 되었는지, 일본인들이 친숙한 게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한다)이어서 그런지 여러 그림들을 연속적으로 그리거나 사진을 찍어서 종합해 간단한 애니메이션 영상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 그 날 진행되고 있던 과제였다. 그걸 보고 어릴 때 GIF 애니메이션을 만든다고 그림판으로 그림을 그리던 내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외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간사이벤 어휘들을 배우는 것도 있었기에 그것들에 대해 물어보거나, 한국 문화에 매우 빠져있던 한 여학생에게 때밀이를 모든 목욕탕에서 하는 게 매우 당연한 풍경이라고 설명하면서(일본에는 따로 해 주는 곳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종업원이 한국인인 경우가 많고) 시간을 보냈다. 결과적으로 내가 기대했던 수업은 들을 수 없었지만, 일본 고등학생들이랑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시설 안내가 끝나고 나니 수업 참관 순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로써는 가장 기다려 왔던 순서였지만 매우 애석하게도, 국어(=일본어)나 사회과목 같은 일반 교과수업이 아닌 정보수업이어서 내가 기대하던 일반적인 교실풍경은 볼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참관 수업이니 평상시의 완전히 자연스러운 모습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손님 올 때 특히 잘 해야 하는 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같은 점이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도 학부모 참관수업이 있으면 미리부터 선생님한테 주의사항을 듣고 청소를 하는 등, 얼마나 연극을 잘 해 냈던가. 어쨌거나 같이 듣게 된 수빈이와 함께 컴퓨터실로 이동했다. 이동할 때 우리의 안내자(?) 격으로 두 학생이 와서 우리가 앉을 간이 의자도 들고 가 줬는데, 내가 들겠다고 하니 자신들이 들겠다고 하면서, 확실히 손님 대접을 해 주는 느낌이었다.
컴퓨터실에 가서 수업 시작할 때 간단한 자기소개 이후에는 교실 뒤쪽에 앉아서 학생들이 하는 것을 보게 되어 있었는데, 우리가 정보 수업 할 때도 그렇듯이, 선생님은 과제를 하나 던져주고 학생들이 알아서 하게 방목하는 수업 스타일이어서 비교적 자유롭게 학생들 사이에 끼어 들어가서 뭘 하나 하고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잡담도 나눌 수 있었다. 우리 같으면 코딩이 미래다 뭐다 해서 요즘엔 초중학교부터 정보시간에 프로그래밍 언어들을 다루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아직 교육정책에는 반영이 안 되었는지, 일본인들이 친숙한 게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한다)이어서 그런지 여러 그림들을 연속적으로 그리거나 사진을 찍어서 종합해 간단한 애니메이션 영상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 그 날 진행되고 있던 과제였다. 그걸 보고 어릴 때 GIF 애니메이션을 만든다고 그림판으로 그림을 그리던 내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외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간사이벤 어휘들을 배우는 것도 있었기에 그것들에 대해 물어보거나, 한국 문화에 매우 빠져있던 한 여학생에게 때밀이를 모든 목욕탕에서 하는 게 매우 당연한 풍경이라고 설명하면서(일본에는 따로 해 주는 곳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종업원이 한국인인 경우가 많고) 시간을 보냈다. 결과적으로 내가 기대했던 수업은 들을 수 없었지만, 일본 고등학생들이랑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학생회 차원 교류회 & 홈스테이 파트너 만나기
이후에 우리는 학생회 차원의 교류회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했다. 우리가 사노고에 와서 처음 들어갔던 다용도실에 모였다가 이동했는데, 우리를 인솔하기 위해 온 학생회 학생이 '生徒会' 라고 쓰인 완장(!)을 왼팔에 끼고 들어와서 우리를 번호대로 한 줄로 세워서 데리고 가는 것을 보면서 뭐라 말할 수 없는 '일본스러움'을 느꼈다. 일본인들은 패키지 투어를 할 때도 가이드가 관광객들을 한 줄로 세워서 인원체크를 한다던데, 학교는 오죽하겠으랴. 그리고 한국에서는 학교 밖에서라도 잘 볼 수 없는 완장을 일본인들은 자연스럽게 끼고 다니고, 학교에서도 학생회 학생들이 끼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단체생활을 할 때 확실한 규율과 질서가 중요시되는 것을 느꼈다.
식당에 도착하니 이미 우리가 홈스테이를 할 파트너들은 다 와 있었고 각자 그 옆자리에 가서 앉았다. 앞 편에서도 말했듯이 내 파트너는 여학생 M이어서 처음에는 대단히 어색하고 쭈뼜거렸지만, 간단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나름 말을 이어가려고 하니 어색한 분위기가 조금씩은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자신은 3학년이고, 이제 곧 졸업을 앞두고 있다고 소개했고, 마지막으로 고등학교 공식 활동에 참가하는 것이 이 홈스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도 한국같이 대학 입시가 끝나면 3학년들은 학교에 나오지 않는데, 이번 홈스테이로 오랜만에 교복 입고 학교에 나와봤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교류회에서는 사노고등학교의 취주악부와 댄스부가 나와서 공연을 해 주었다. 음악 감상 능력은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나름 준비해 온 것 같았고, 댄스도 놀랍게도 TWICE의 'TT'와 여자친구의 '시간을 달려서'를 춰 주었다. M이 말해주길, 그런 구성이 연례 행사라는 듯 했다. 그 이후에는 우리가 한국에서 문제를 준비해 간 OX퀴즈가 이어졌다. 사노고 학생회에서 일본에 관한 문제를 내서 우리 연수단원들이 문제를 풀었고, 우리가 낸 문제는 우리의 홈스테이 파트너들이 참가했다. 지금 와서 정확히 문제들이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사진을 찍어간 스탠딩 책상 문제와, '독서실' 문제에서 많이 틀린 것으로 기억난다. 역시 한국은 공부를 시켜도 너무 많이 시키는 것이 아닐까.
역시나 교장선생님과 학생회장, 우리 부단장 이현지의 인사말이 있었다. 여기서 현지는 경어를 포함한 일본어를 너무 자연스럽게 구사해서 이후 일본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회자되었다고 한다. 교류회가 끝난 뒤, 우리는 사노고에서 안겨주는 몇 가지 선물과 기념품들을 받아서 우리는 각각 홈스테이를 할 집을 향해 헤어졌다.
이후에 우리는 학생회 차원의 교류회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했다. 우리가 사노고에 와서 처음 들어갔던 다용도실에 모였다가 이동했는데, 우리를 인솔하기 위해 온 학생회 학생이 '生徒会' 라고 쓰인 완장(!)을 왼팔에 끼고 들어와서 우리를 번호대로 한 줄로 세워서 데리고 가는 것을 보면서 뭐라 말할 수 없는 '일본스러움'을 느꼈다. 일본인들은 패키지 투어를 할 때도 가이드가 관광객들을 한 줄로 세워서 인원체크를 한다던데, 학교는 오죽하겠으랴. 그리고 한국에서는 학교 밖에서라도 잘 볼 수 없는 완장을 일본인들은 자연스럽게 끼고 다니고, 학교에서도 학생회 학생들이 끼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단체생활을 할 때 확실한 규율과 질서가 중요시되는 것을 느꼈다.
식당에 도착하니 이미 우리가 홈스테이를 할 파트너들은 다 와 있었고 각자 그 옆자리에 가서 앉았다. 앞 편에서도 말했듯이 내 파트너는 여학생 M이어서 처음에는 대단히 어색하고 쭈뼜거렸지만, 간단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나름 말을 이어가려고 하니 어색한 분위기가 조금씩은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자신은 3학년이고, 이제 곧 졸업을 앞두고 있다고 소개했고, 마지막으로 고등학교 공식 활동에 참가하는 것이 이 홈스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도 한국같이 대학 입시가 끝나면 3학년들은 학교에 나오지 않는데, 이번 홈스테이로 오랜만에 교복 입고 학교에 나와봤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교류회에서는 사노고등학교의 취주악부와 댄스부가 나와서 공연을 해 주었다. 음악 감상 능력은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나름 준비해 온 것 같았고, 댄스도 놀랍게도 TWICE의 'TT'와 여자친구의 '시간을 달려서'를 춰 주었다. M이 말해주길, 그런 구성이 연례 행사라는 듯 했다. 그 이후에는 우리가 한국에서 문제를 준비해 간 OX퀴즈가 이어졌다. 사노고 학생회에서 일본에 관한 문제를 내서 우리 연수단원들이 문제를 풀었고, 우리가 낸 문제는 우리의 홈스테이 파트너들이 참가했다. 지금 와서 정확히 문제들이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사진을 찍어간 스탠딩 책상 문제와, '독서실' 문제에서 많이 틀린 것으로 기억난다. 역시 한국은 공부를 시켜도 너무 많이 시키는 것이 아닐까.
역시나 교장선생님과 학생회장, 우리 부단장 이현지의 인사말이 있었다. 여기서 현지는 경어를 포함한 일본어를 너무 자연스럽게 구사해서 이후 일본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회자되었다고 한다. 교류회가 끝난 뒤, 우리는 사노고에서 안겨주는 몇 가지 선물과 기념품들을 받아서 우리는 각각 홈스테이를 할 집을 향해 헤어졌다.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듯한 나와 M (촬영: 간사이 센터)
#2월 10일 저녁, 홈스테이 1일차
M의 집은 학교에서 꽤 멀었다. 평소에 어떻게 다니냐고 물었더니 자전거를 타거나 전철을 탄다고 했다. 당연히 나까지 있었으니 자전거를 탈 수는 없었고, 전철을 타고 가까운 역까지 가면 M의 어머니가 데리러 오신다고 했다. 두 역을 거쳐 전철에서 내릴 때 왠지모르게 플랫폼이 눈에 익었는데 알고 보니 그 역이 내가 그 전날 윤호와 함께 걸어간 요시노미사토역이었다. 거기서 데리러 나온 어머니와 M의 여동생에게 인사를 했는데 먼저 "ごんばんは"라고, 인사하길래 '아, 그래, 저녁인사는 곤방와였지'라고 뒤늦게 떠올리며 인사했다. 일본 특유의 박스카를 타고 먼저 M의 조부모님께서 사는 댁으로 갔다. 처음엔 예상치 못한 상황이어서 뭔가 했는데, 그저 가깝게 살아서 나와 같은 손님이 오면 같이 인사를 드리러 간다고 했다. 가니 M의 할머니께서 마치 내가 한국에 있는 할머니 집에 간 것 처럼 따뜻하게 맞아주셨고, 몸이 조금 불편하셨던 할아버지께서도 반갑게 맞아주셨다. 거기서는 간단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고, 곧 나와서 M의 집으로 갔다.
집은 우리가 흔히 '일본인의 집' 하면 떠올리는 단독주택은 아니고, 아파트였다. 올라갈 때 엘리베이터에 홀수 층 버튼밖에 없어서 '일본인들은 이런 방식으로 에너지 절약을 하나?'라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집에 들어가고 보니 복층 구조로, 아파트 안에 살면서도 단독주택 같이 2층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내부 구조도 후스마가 있고 다다미방이 있는, 일본 양식과 서양 양식이 적절히 섞인 구조여서 보통 한국에서 '아파트'하면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의 집이 아닌 여타 일본 주택과 같은 환경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렇게 한 집에서 두 층을 쓰는 구조다 보니 두 층 마다 한 번만 내릴 수 있게 되어 있던 것이었다.
M의 집은 학교에서 꽤 멀었다. 평소에 어떻게 다니냐고 물었더니 자전거를 타거나 전철을 탄다고 했다. 당연히 나까지 있었으니 자전거를 탈 수는 없었고, 전철을 타고 가까운 역까지 가면 M의 어머니가 데리러 오신다고 했다. 두 역을 거쳐 전철에서 내릴 때 왠지모르게 플랫폼이 눈에 익었는데 알고 보니 그 역이 내가 그 전날 윤호와 함께 걸어간 요시노미사토역이었다. 거기서 데리러 나온 어머니와 M의 여동생에게 인사를 했는데 먼저 "ごんばんは"라고, 인사하길래 '아, 그래, 저녁인사는 곤방와였지'라고 뒤늦게 떠올리며 인사했다. 일본 특유의 박스카를 타고 먼저 M의 조부모님께서 사는 댁으로 갔다. 처음엔 예상치 못한 상황이어서 뭔가 했는데, 그저 가깝게 살아서 나와 같은 손님이 오면 같이 인사를 드리러 간다고 했다. 가니 M의 할머니께서 마치 내가 한국에 있는 할머니 집에 간 것 처럼 따뜻하게 맞아주셨고, 몸이 조금 불편하셨던 할아버지께서도 반갑게 맞아주셨다. 거기서는 간단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고, 곧 나와서 M의 집으로 갔다.
집은 우리가 흔히 '일본인의 집' 하면 떠올리는 단독주택은 아니고, 아파트였다. 올라갈 때 엘리베이터에 홀수 층 버튼밖에 없어서 '일본인들은 이런 방식으로 에너지 절약을 하나?'라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집에 들어가고 보니 복층 구조로, 아파트 안에 살면서도 단독주택 같이 2층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내부 구조도 후스마가 있고 다다미방이 있는, 일본 양식과 서양 양식이 적절히 섞인 구조여서 보통 한국에서 '아파트'하면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의 집이 아닌 여타 일본 주택과 같은 환경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렇게 한 집에서 두 층을 쓰는 구조다 보니 두 층 마다 한 번만 내릴 수 있게 되어 있던 것이었다.
##타코야키 만들기
들어가서 윗층에 있는 M의 방에 간단히 짐을 정리하고 저녁을 먹으러 아랫층으로 내려왔다. 집에 오는 길에 저녁 메뉴를 알려줬는데 타코야키라고 했다. 그것도 집에서 직접 기계로 해 먹는다고 했다. 일본식 음식이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직접 타코야키를 만들어 보는 것도 내게 좋은 경험일 것 같아서 그렇게 골랐다고 말하는 데서 조그만 감동을 느꼈다. 관서 지방 가정에는 타코야키 기기가 TV나 냉장고마냥 다들 한 대씩 있다고 했는데, 정말인 것 같았다.
여기서 나의 일본어 어휘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하나 이야기하자면 처음에 M이 걸어가면서 '타코'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나는 그래서 '응? 웬 TACO? 멕시칸 음식 좋아하나?'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런 두뇌회로 일시정지에 빠져 있는 나에게 "왜, 그 바다에 사는 동물..." 하는 걸 듣고 그제서야 '아하! たこ! 타코야키 해줄건가 보구나!'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이불킥 하고 싶은 장면이다.
타코야키를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쉬웠다. 1. 반죽을 넣는다. 2. 안에 문어와 함께 채소 등등을 넣는다. 3. 잘 뒤집는다.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음식이란 라면과 밥 정도인 수준에, 타코야키를 먹은 것 자체도 이번에 일본에 와서 거의 처음 먹어보는 것이었는데, 만들어서 직접 먹어보는 건 정말 내가 해본 적 없던 체험이었다. 그래서 내게 더욱 인상깊게 다가왔다. 나중에도 이 연수 도중에 먹은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질문받았을 때도 홈스테이 하면서 직접 만들어 먹은 타코야키라고 말하고 다녔다.
들어가서 윗층에 있는 M의 방에 간단히 짐을 정리하고 저녁을 먹으러 아랫층으로 내려왔다. 집에 오는 길에 저녁 메뉴를 알려줬는데 타코야키라고 했다. 그것도 집에서 직접 기계로 해 먹는다고 했다. 일본식 음식이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직접 타코야키를 만들어 보는 것도 내게 좋은 경험일 것 같아서 그렇게 골랐다고 말하는 데서 조그만 감동을 느꼈다. 관서 지방 가정에는 타코야키 기기가 TV나 냉장고마냥 다들 한 대씩 있다고 했는데, 정말인 것 같았다.
여기서 나의 일본어 어휘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하나 이야기하자면 처음에 M이 걸어가면서 '타코'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나는 그래서 '응? 웬 TACO? 멕시칸 음식 좋아하나?'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런 두뇌회로 일시정지에 빠져 있는 나에게 "왜, 그 바다에 사는 동물..." 하는 걸 듣고 그제서야 '아하! たこ! 타코야키 해줄건가 보구나!'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이불킥 하고 싶은 장면이다.
타코야키를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쉬웠다. 1. 반죽을 넣는다. 2. 안에 문어와 함께 채소 등등을 넣는다. 3. 잘 뒤집는다.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음식이란 라면과 밥 정도인 수준에, 타코야키를 먹은 것 자체도 이번에 일본에 와서 거의 처음 먹어보는 것이었는데, 만들어서 직접 먹어보는 건 정말 내가 해본 적 없던 체험이었다. 그래서 내게 더욱 인상깊게 다가왔다. 나중에도 이 연수 도중에 먹은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질문받았을 때도 홈스테이 하면서 직접 만들어 먹은 타코야키라고 말하고 다녔다.
##M과 나눈 이야기
M의 방을 둘러보니 서어, 독어, 불어 등 외국어 책이 많이 보였다. 그래서 취미가 외국어 공부하는 것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대학도 고베에 있는 외대에 간다고 했다. 물론 거기 있는 언어를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한번 겉핥기 식으로만 훑어 본 것이라고 했다. 나도 일본어 말고도 언어를 공부하는 것 자체에 관심이 많은 편이어서, 그런 점에서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나도 독어나 불어를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지만, 고2때도 이미 입시에 시간을 뺏겨서 못하고 있었는데, 그런 식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는 태도가 부러웠다. 더 이야기하다보니 M은 자신이 1학년 때인 2년 전에도 이수현씨 기념 방일연수단 한명과 홈스테이를 했다고 했고, 또 자신이 오사카부나 어떤 단체에서 주최하는 해외 연수로 미국과 캄보디아 등을 다녀왔다고 했다. 나중에 보니 읽고 있는 책도 검소한 생활로 유명한 우루과이 대통령 무히카에 관한 책이었다. 그걸 보면서, M은 정말로 국제사회에서 일하고 싶어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고 나쁨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지만, 난 비교적 국내 문제만 해도 해결할 게 산적해 있는 거 같아서 국제로 시선을 잘 돌리지 못하고 있는데 M과 계속 이야기해 나갈 수 있다면 시선을 넓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족으로, M은 외대에서 특정 어문학과가 아닌 국제관계학과에 갔지만, 지금도 계속 소식을 확인하기로는 불어를 공부하고 있고, 불어를 어느 정도 배우면 다른 언어도 또 배우겠다는 듯 하다. 또, 개도국의 빈곤과 같은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캠페인 같은 데도 자주 참여하는 등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대단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일본 오면서 또 하나 하고 싶었던 일이 있는데, 일본 교과서를 구하는 일이었다. 사실 그 논란 많은 역사교과서나 공민(=사회)교과서를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고, 아니더라도 국어(=일본어)교과서에는 어떤 문학작품이 나오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M에게 혹시 입시 끝났으면 버리는 책이라도 한권 줄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교과서는 이미 다 버렸다고 하면서 대신 국어와 윤리 참고서 두권은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것만으로도 매우 감지덕지해 하며 감사히 받겠다고 했다. 그 참고서는 지금은, 나의 일본어 능력 부족과 의지부족으로 아직 일부만 읽힌 채 내 책장에 꽂혀있다. 아마 읽게 된다면, 보통의 일본인의 시각에서 일본 문화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는 M의 아버지가 퇴근하시고 집에 와서 세명이서 같이 나눈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나나, M이나 그렇게 대화 주제로 겹치는 부분이 많이 없어 그 다음날에 갈 일정 이야기 이외에는 많이 못 나눈 것 같아서 아쉬운 면도 있다. 사실, 한국의 남고생이랑 일본의 여고생이 관심사나 대화 주제가 겹치는 게 많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게 아니겠는가. 홈스테이 할 때 당시에는 학교생활 같은 보편적 주제 이외에도 외국어라는 주제가 더 있던 것 만으로도 어찌나 감사했던지.
이야기는 11시쯤에 끝났다. 다음 날 일찍 나가서 돌아다니기 시작해야 하기도 했지만, 평소에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후에 적당히 공부하고 10시가 좀 넘으면 잤다고 했다. 평일 밤 11시 30분, 주말 밤 10시에 학교 교문을 나서는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생활습관이었다. 계속해서 야자를 언급하게 되는데, 그만큼 학생들의 생활에 야자가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강조하고 싶고, 당시 현역 고3으로 올라가는 시기였던 나에게 야자가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것에 대한 방증이라고 하겠다.
M의 방을 둘러보니 서어, 독어, 불어 등 외국어 책이 많이 보였다. 그래서 취미가 외국어 공부하는 것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대학도 고베에 있는 외대에 간다고 했다. 물론 거기 있는 언어를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한번 겉핥기 식으로만 훑어 본 것이라고 했다. 나도 일본어 말고도 언어를 공부하는 것 자체에 관심이 많은 편이어서, 그런 점에서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나도 독어나 불어를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지만, 고2때도 이미 입시에 시간을 뺏겨서 못하고 있었는데, 그런 식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는 태도가 부러웠다. 더 이야기하다보니 M은 자신이 1학년 때인 2년 전에도 이수현씨 기념 방일연수단 한명과 홈스테이를 했다고 했고, 또 자신이 오사카부나 어떤 단체에서 주최하는 해외 연수로 미국과 캄보디아 등을 다녀왔다고 했다. 나중에 보니 읽고 있는 책도 검소한 생활로 유명한 우루과이 대통령 무히카에 관한 책이었다. 그걸 보면서, M은 정말로 국제사회에서 일하고 싶어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고 나쁨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지만, 난 비교적 국내 문제만 해도 해결할 게 산적해 있는 거 같아서 국제로 시선을 잘 돌리지 못하고 있는데 M과 계속 이야기해 나갈 수 있다면 시선을 넓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족으로, M은 외대에서 특정 어문학과가 아닌 국제관계학과에 갔지만, 지금도 계속 소식을 확인하기로는 불어를 공부하고 있고, 불어를 어느 정도 배우면 다른 언어도 또 배우겠다는 듯 하다. 또, 개도국의 빈곤과 같은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캠페인 같은 데도 자주 참여하는 등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대단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일본 오면서 또 하나 하고 싶었던 일이 있는데, 일본 교과서를 구하는 일이었다. 사실 그 논란 많은 역사교과서나 공민(=사회)교과서를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고, 아니더라도 국어(=일본어)교과서에는 어떤 문학작품이 나오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M에게 혹시 입시 끝났으면 버리는 책이라도 한권 줄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교과서는 이미 다 버렸다고 하면서 대신 국어와 윤리 참고서 두권은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것만으로도 매우 감지덕지해 하며 감사히 받겠다고 했다. 그 참고서는 지금은, 나의 일본어 능력 부족과 의지부족으로 아직 일부만 읽힌 채 내 책장에 꽂혀있다. 아마 읽게 된다면, 보통의 일본인의 시각에서 일본 문화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는 M의 아버지가 퇴근하시고 집에 와서 세명이서 같이 나눈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나나, M이나 그렇게 대화 주제로 겹치는 부분이 많이 없어 그 다음날에 갈 일정 이야기 이외에는 많이 못 나눈 것 같아서 아쉬운 면도 있다. 사실, 한국의 남고생이랑 일본의 여고생이 관심사나 대화 주제가 겹치는 게 많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게 아니겠는가. 홈스테이 할 때 당시에는 학교생활 같은 보편적 주제 이외에도 외국어라는 주제가 더 있던 것 만으로도 어찌나 감사했던지.
이야기는 11시쯤에 끝났다. 다음 날 일찍 나가서 돌아다니기 시작해야 하기도 했지만, 평소에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후에 적당히 공부하고 10시가 좀 넘으면 잤다고 했다. 평일 밤 11시 30분, 주말 밤 10시에 학교 교문을 나서는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생활습관이었다. 계속해서 야자를 언급하게 되는데, 그만큼 학생들의 생활에 야자가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강조하고 싶고, 당시 현역 고3으로 올라가는 시기였던 나에게 야자가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것에 대한 방증이라고 하겠다.
##일본식 집에서
집 자체에도 내 기억에 많이 남는 것들이 있다. 첫째는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아파트였음에도 복층에 양식과 일본식 구조가 같이 적용되어 있는 것이었다. 이에서 비롯된 한국과는 다른 요소들이 꽤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방문이다. 일본 전통 가옥을 보면, 문이 방문 바깥문 할 거 없이 미닫이 방식으로 되어있다. M의 집에도 다를 바가 없어서, 방문이고 옷장이고 다들 미닫이 방식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내가 살짝 놀랐던 것은, 문을 잠그는 잠금장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보통 집에서 방문 걸어잠그고 농성하거나 잠긴 문을 사이에 두고 다투는 장면이 한번씩은 연출되기 마련인데, 일본에서는 그런 장면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와 함께 일본 집에 관해서 익히 알려진 것처럼 방음이 상당히 안 되는 편이었는데 이런 면들이 아무리 가족 사이라도 사생활 보호에 있어서는 꽤 취약한 구조라고 느꼈다.
다른 면에서 큰 차이를 느낀 건 욕실이었다. 목욕을 하는 욕실과 변기가 있는 화장실이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구조적으로 큰 차이점이었고, 변기에 물을 내리면 뒤쪽 물통 위에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가 따로 있어서 세면대까지 갈 필요 없이 그곳에서 바로 뒤로 돌아 손을 씼을 수 있다는 것이 상당히 신선한 아이디어상품처럼 느껴졌다. 이것이 연수단원들이 홈스테이를 한 다른 집에도 다들 있었던 지, 이후에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 중 하나로 다들 입을 모은 것 중 하나였다. 또 일본 욕실 하면 빠질 수 없는 욕조가 있다. 한국식 욕조보다 훨씬 깊어서 몸이 상체까지 다 잠겼고, 수온와 수량 유지 장치에, 아이패드 덮개처럼 생긴 욕조덮개 (사실 모방 순서는 거꾸로지만...)까지, 그야말로 하루의 끝에 피로를 씻을 목욕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있었다. 덕분에 이 집에서 한 목욕도 내가 홈스테이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들 중 하나가 되었다.
한가지 아쉬웠던, 하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점은 일본식 집에는 온돌식 바닥난방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M의 아버지도 한국식 온돌을 알고 계셨던지, 일본에는 바닥난방이 없고 공기난방만 한다면서, 나보고 '한국에서는 바닥을 데우지?'라고 물어보셨다. 그리고 공기난방을 하니 건조할 수 있다면서 자기 전 가습기도 틀어주셨다. 건조하면 잘 자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런 점에선 정말 감사했지만, 그런 때마다 등부터 뜨끈하게 데워주는 온돌을 찾게 되면서 나는 결국 한국인이란 걸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집 자체에도 내 기억에 많이 남는 것들이 있다. 첫째는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아파트였음에도 복층에 양식과 일본식 구조가 같이 적용되어 있는 것이었다. 이에서 비롯된 한국과는 다른 요소들이 꽤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방문이다. 일본 전통 가옥을 보면, 문이 방문 바깥문 할 거 없이 미닫이 방식으로 되어있다. M의 집에도 다를 바가 없어서, 방문이고 옷장이고 다들 미닫이 방식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내가 살짝 놀랐던 것은, 문을 잠그는 잠금장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보통 집에서 방문 걸어잠그고 농성하거나 잠긴 문을 사이에 두고 다투는 장면이 한번씩은 연출되기 마련인데, 일본에서는 그런 장면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와 함께 일본 집에 관해서 익히 알려진 것처럼 방음이 상당히 안 되는 편이었는데 이런 면들이 아무리 가족 사이라도 사생활 보호에 있어서는 꽤 취약한 구조라고 느꼈다.
다른 면에서 큰 차이를 느낀 건 욕실이었다. 목욕을 하는 욕실과 변기가 있는 화장실이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구조적으로 큰 차이점이었고, 변기에 물을 내리면 뒤쪽 물통 위에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가 따로 있어서 세면대까지 갈 필요 없이 그곳에서 바로 뒤로 돌아 손을 씼을 수 있다는 것이 상당히 신선한 아이디어상품처럼 느껴졌다. 이것이 연수단원들이 홈스테이를 한 다른 집에도 다들 있었던 지, 이후에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 중 하나로 다들 입을 모은 것 중 하나였다. 또 일본 욕실 하면 빠질 수 없는 욕조가 있다. 한국식 욕조보다 훨씬 깊어서 몸이 상체까지 다 잠겼고, 수온와 수량 유지 장치에, 아이패드 덮개처럼 생긴 욕조덮개 (사실 모방 순서는 거꾸로지만...)까지, 그야말로 하루의 끝에 피로를 씻을 목욕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있었다. 덕분에 이 집에서 한 목욕도 내가 홈스테이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들 중 하나가 되었다.
한가지 아쉬웠던, 하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점은 일본식 집에는 온돌식 바닥난방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M의 아버지도 한국식 온돌을 알고 계셨던지, 일본에는 바닥난방이 없고 공기난방만 한다면서, 나보고 '한국에서는 바닥을 데우지?'라고 물어보셨다. 그리고 공기난방을 하니 건조할 수 있다면서 자기 전 가습기도 틀어주셨다. 건조하면 잘 자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런 점에선 정말 감사했지만, 그런 때마다 등부터 뜨끈하게 데워주는 온돌을 찾게 되면서 나는 결국 한국인이란 걸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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