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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이수현씨 기념 방일연수

제16회 이수현씨기념방일연수 후기 (1) - 신청부터 합격까지

by Elenmar 2018. 2. 11.
총 10편으로 이뤄진 16기 후기입니다. 다녀오기는 17년 2월에 다녀왔지만 수능과 대입 등 개인적 사정으로 1년 뒤에, 그것도 17기가 다녀온 이후에 올리게 되었군요... 내용이 깁니다만 최대한 기억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담고자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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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이수현씨기념방일연수 후기 (1) - 신청부터 합격까지

#신청서를 내기까지
나는 학교 일본어 선생님으로부터 이 연수를 소개받아서 신청하게 되었다. 평소에 친하게 지냈고 내 일본어 실력도 어느 정도는 알고 계시는 분이었다. 2016년 9월 중순, 갑자기 부르셔서 그때까지 일본에 가본 적이 있더냐고 물으셨다. 고등학교 입학 전에 친구와 둘이서 동경에 4박 5일 여행을 간 게 전부라고 하자 그러면 자격 요건은 충족한다면서 이 연수를 소개해주셨다. 그리고 다음 날 신청서를 쓰고 출입국증명서를 떼 가자 추천서와 함께 교류기금으로 부쳐주셨다.
그 당시에는 신청 마감까지 며칠 안 남은 때여서 얼떨결에 허둥지둥 신청서를 낸 기억이 있다. 그러면서 이수현씨에 대해서 제대로 찾아보게 되었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당장은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그 분에 관련한 이야기를 찾아보고 이리 저리 옛 기사들을 읽으면서 초등학교 때 도덕교과서 같은 곳에서 읽은 생각이 났다. 이수현씨 추모 홈페이지에 그 분이 생전에 손수 만드신 홈페이지도 소개하고 있었는데, 그곳에도 들어가 보면서 그 분도 다른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선행을 하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생각까지. 나는 과연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아무래도 생각만으로도 선뜻 나설 수 있겠다는 마음이 잘 들지 않았다. 그러면서 모르는 사람을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또 그것을 실행한 사람은 얼마나 대단한 용기와 의지를 가진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숙연해졌다. 선발 과정에서 따로 자소서를 내는 과정은 없어서 그것을 적어서 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신청서를 냈다.


이수현씨 기념 홈페이지


#1차 시험
1차 시험은 10월 15일 부산 동래중학교에서 치뤘다. 동래중학교는 이수현씨 모교라고 했다. 일찍 도착해서 인근 롯데백화점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입실 20분 전이었다. 시험은 일본어시험과 한국어논술의 두 교시로 나눠서 진행되었다. 한 교실에서 20명 정도가 쳤는데, 영남권만 있어서 그리 많아보이지는 않았다. 각 교시가 50분이었고 중간에는 쉬는시간이 10분 있었다.
홈페이지를 보니 일본어 시험은 JLPT N2~N1 수준이라고 했었다. 내가 N1을 딴 것이 고1 12월이고 시험을 친 것이 고2 10월이었으니 크게 긴장은 크게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기 전에 N1 문제집으로 내가 약했던 문법 사항들을 훑어보고 갔다.
시험 자체는 예고된 대로 N2~N1 수준이었고 평소에 관련 공부를 해 놓았다면 충분히 풀 만한 수준이었다. 이후 신청자들을 위해 할 말이 있다면 나는 N1 문제집에서 문법만 보고 갔었는데 N2 수준의 어휘문제에서 갑자기 모르는 게 좀 있어서 당황했었다. 겹치는 게 있다지만, 어휘같은 부분은 N1과 N2가 다른 부분이 있으니 공부를 하고 간다면 두 급 다 한번 훑어보고 가면 시험 때 훨씬 수월할 것 같다.
한국어 논술은 '자신이 생각하는 국제사회에 필요한 인재상은 무엇인지 밝히고, 그 근거를 서술하시오'가 주제였다. 분량은 1200자 안팎이었지만, 으레 논술시험에 그렇듯이 거의 꽉 채워썼다. 나는 상대방에 대해 1.적극적으로 열린 마음으로 알고자 하고 2.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3.그들의 문화와 정서에 공감하는 순서로 단계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상대방과 가까워지는 능력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아마 한일교류에 관한 것이니 역시 국제사회, 외교나 한일관계에 관한 주제가 잘 나오는 것 같다. 이수현씨를 기리는 방일연수이니 그가 지켰던 희생이나 연대와 같은 도덕적 가치들에 대한 문제들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차 시험
1차 시험을 치고 나니 2차 면접 대상자 발표가 10월 19일에 났다. 2차면접 대상자는 41명. 2:1의 경쟁률이었던 셈이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교통비까지 지원된다고 하길래 바로 생기부를 보내고 아주 감사한 마음으로 10월 29일 서울로 향했다. 가기 전에 예상질문 정리한 것을 열찻간에서 보면서 올라갔다. 1. 간단한 자기소개, 2. 내 진로, 3.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 동기, 4. 공부한 방법, 5. 일본에서 하고 싶은 것, 6. 한일관계에 대한 내 의견, 7. 타인을 상대할 때 내 태도 였다.
 이메일로 온 서류에는 오후 2시 20분까지 입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때는 교류기금 서울센터가 신촌에 있었는데 주변에 아는 곳도 없고 해서 주변 파리바게트에서 샌드위치를 사서 대기실에서 먹고 있으니 다른 지원자들도 하나둘씩 들어왔다.
개인적으로는 잘 떨거나 하지는 않는 성격인데 막상 일본어로 면접 보자니 들어가기 직전에 엄청 떨렸던 생각이 난다. 이때부터 시간이 고속으로 지나가기 시작했다는 느낌이랄까. 안내를 받아 들어가니 센터 소장님이 중간에 앉아계셨고 내 기준에서 오른쪽에 일본인 같아 보이는 남자분 한분, 왼쪽에 한국인 여성분이 한분 계셨다.
질문은 일본어로 1. 자기소개와 2. 장래희망부터 시작해서 3. 일본어를 공부하게 된 계기, 4. 일본에 대해서 관심있는 분야는 뭔지, 5. 일본에 갔다온 적은 있는지, 6. 한일관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고 마지막에 한국어로 7. 이 연수 이전에 이수현씨를 알고 있었는지, 8.이수현씨에 관한 내 생각을 물었다. 다른 질문이야 준비해 갔던 대로 답변했고, 일본에 대해서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 일본 문화와 일본인의 일상이라고 답했더니 관련한 경험이 있냐고 물으셨다. 그래서 중학교 3학년 당시 친구와 일본 갔을 때 동경에서 우에노 국립박물관과 미술관에 다녀왔다고 하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신기해(?) 하시는 반응이었다. 일본어 공부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JLPT 공부를 해왔다는 이야기를 하자 교류기금도 JLPT와 관련이 있는 곳이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들으면서는 세상이 생각보다 좁은 곳이구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수현씨는 초등학교 도덕책에서 봤지만, 이 연수를 통해서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고 했고, 그에 대한 내 의견을 묻자 그 분의 희생에 존경을 느끼고, 그 정신을 잊지 않고 계속 사람들에게 알려나가는 일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내용으로 답변하자 그 부분에서는 추가질문 없이 면접이 끝났다.
면접이 끝나고 내려온 뒤, 11월 2일에 바로 발표가 났고, 그때부터 OB들 카페에 가입해 윗기수 선배들 연수 내용도 보고, 16기 동기들도 하나씩 알기 시작했다.

이수현씨 추모 페이지
http://www.soohyunl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