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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이수현씨 기념 방일연수

제16회 이수현씨기념방일연수 후기 (6) - 간사이센터에서 숨고르기(2/14-2/15)

by Elenmar 2018. 2. 11.
제16회 이수현씨기념방일연수 후기 (6) - 간사이센터에서 숨고르기(2/14-2/15)


#2월 14일, 체험 쉐어링

이 날은 사노고 방문, 홈스테이, 교토 연수여행을 모두 결산하는 체험 쉐어링 활동이 있는 날이었다. 먼저 조별로 모여, 우리에게 주어졌던 각종 질문들에 대해 각자가 찾은 답을 이야기하고 그 이후에는, 그 답들을 포스트잇에 적어서 큰 전지에 붙여 정리하는 순서를 거쳤다. 질문에는 사노고가 자신의 학교와 다른 점, 새로 자신이 배운 간사이벤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내가 가장 성실하게 답한 질문은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느낀 것은?'이었다. 이에 나는 공유하는 점과 차이점을 각각 들었다. 예를 들어 신사와 같은 곳에 들어갈 때, 길 중간은 신 혹은 높은 사람이 지나간다고 하여 양 옆으로 다니는 것, 같은 점은 비슷한 점이었다. 하지만, 매일 목욕을 하니 욕조가 크다던가, 목조건물이 많아 바닥난방이 없다는 생활상의 차이부터 시작해서, 지역색과 전통을 지키려는 의식이 우리나라보다 강한 점, 신사와 같이 고유의 종교와 생활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 개인의 범위를 덜 침범하는 것과 같은 사람들의 의식의 차이까지 다른 점도 분명히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전지에 정리하기 위해 주어진 주제는 1. 마음에 들었던 장소&음식 2. 새로 배운 일본어 3. 한국과 일본의 차이 4.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느낀 것 이었다. 조별로 나눠져 각각 자신이 느낀 점을 적었고, 마음에 들었던 장소나 음식은 타코야키나 스키야키 등 자신이 홈스테이를 하면서 먹었던 음식이나, 천룡사 조원지처럼 교토에서 들렀던 장소가 많이 언급되었다. 새로 배운 일본어는, 사노고 학생들과의 교류, 홈스테이에서 배운 간사이벤이 많이 나온 것 같다. 이외에 한국과 일본의 차이에는 내가 위에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음식문화도 많이 언급되었다. 사람들과 교류하며 느낀 점을 적는 부분에서는 싹싹한 인사와 같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본 특유의 국민성에 속하는 것들이 많이 등장했다. 아마 이번 연수를 거치며 다들 그렇게 일본에 대해 간접적으로만 들어 알고 있던 것들을 직접 확인하는 장이 되었던 듯 하다.


체험 결과물 제작(?) 과정 (촬영: 간사이 센터)

이 외에도 일본의 교육제도와 대학 입시 일정, 유학생을 위한 지원 제도들을 설명하는 시간도 있었다. 나는 한국 대학을 희망하고 있었기에 유학생 제도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몇가지 흥미로운 사실들도 알게 된 시간이었다. 일본은 아직 학력고사&본고사 체제였는데, 학력고사에 해당하는 센터시험도 중고등학교가 아닌 각 대학교에서 치른다는 점, 본고사는 사립학교와 국공립대학교의 일정이 다르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일본어로 발음이 같은 사립(私立)대학교와 시립(市立)대학교 (둘 다 '시리쓰'로 발음함) 를 구분하기 위해 私를 '와타쿠시'로 발음하고, 市를 '이치'라고 발음하기도 한다는 점은 재치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2월 14일 오후, 한국문화원 방문
그날 오후 예정되어 있던 또 다른 일정은 오사카 시내에 있는 한국문화원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주오사카 한국총영사관 부속 기관이고, 원래는 영사관과 같은 건물에 있었다고 하는데, 한일 외교 관계가 다소 껄끄러워지면서 정치, 외교분야에서는 사이가 안 좋더라도 문화교류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투트랙 정책에 따라 현재는 영사관과 다소 떨어진 오사카한인회관과 같은 건물로 이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에 오기 전에 찾아본 바에 의하면 이전에는 이곳에서 홈스테이 파트너들과 같이 한국 문화 체험을 한 적도 있었던 것 같지만, 아무래도 한국인이 한국 문화체험을 하는데 지루해 한 듯, 이곳을 이용하는 일정이 다소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이곳에서 우리는 한국의 도시를 소개하는 사진전이라던가, 유홍준 교수가 일본의 문화에 대해 설명하는 다큐멘터리 등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준비해 주신 분들도 나름 사정이 있어서 그런 구성을 했었겠지만, 연수단원들은 살짝 지루해 보이는 인상도 없지않아 있었다. 물론, 그런 순서도 나름 의미는 있었지만, 좀 더 한국인도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었더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한국인 관광객이 영사관도 아닌 한국문화원에 갈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니 문화원 쪽에서도 알맞은 콘텐츠를 제공하기 힘들겠다는 생각도 한다. 일본인을 위해서는 주로 한국어교실을 운영하는 것이 가장 큰 업무 중 하나인 듯, 우리가 방문하는 도중에도 한국어를 배우는 소리가 교실 안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아무리 한일관계가 경색되었다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직접 문화원에 찾아와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꽤 있다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내가 문화원의 모든 것을 그날 다 보지는 못했지만, 좀 더 적극적이고, 친화적으로 홍보를 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도 더욱 문화 교류에 도움을 주어 일본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좋게 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족이지만 이날 나는 간사이 센터에 와서 UFO라는 야키소바 컵라면을 먹었었는데, 내 입맛에는 상당히 맞지 않았다. 다른 데서 사먹은 야키소바도 맛이 비슷해서 많이 먹지를 못했으니, 역시 내 입맛은 토종 한국인이다.


오사카 한국문화원 전시 설명 (촬영: 간사이 센터)

#2월 15일 오전, 발표회준비
이 날은 하루 내내 센터에 머무른 날이었다. 오전에는 떠나기 전날 저녁에 우리의 홈스테이 파트너들과 가족, 사노고등학교 선생님들 앞에서 있을 최종발표회를 준비하기로 되어있었다. 마지막 날에 있을 최종발표회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자니, 내가 일본에 간 지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고  이 연수의 반환점을 돌았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도착하고 몇 개 활동도 안 했는데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다고 느낀 것은 내가 이 연수를 매우 즐기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발표회 역시 조별로 이루어졌다. 먼저 주제선정에 있어서 우리 조는 한국과 일본 고등학생의 하루동안의 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차이점과 공통점들을 상황극의 형태로 발표하기로 하였다. 서로 다른 상황을 먼저 브레인스토밍의 형태로 여러가지 제시해 놓고, 이를 연결해서 하나의 완결성 있는 스토리로 만들 수 있게 하고자 했다. 그래서, 먼저 브레인스토밍해서 나온, 한일 간의 차이를 찾을 수 있는 일상장면의 예로 편의점에서의 계산, 식사, 신사참배, 방과후 동아리 활동, 화장실 사용, 전철 안 풍경, 학교 점심시간, TV의 방송 형태 등 조원 전부의 아이디어를 추렸다. 그리고 이를 어떤 순서로 조합할까 생각하면서 나머지 시간을 보냈다. 이런 식으로 대략적인 얼개만 짜 놓고, 이 날의 발표준비는 끝을 마쳤다. 오오니시 선생님은 이에 덧붙여 우리가 도쿄연수여행을 하면서 어떤 점들을 더 찾을 수 있는 지 찾아보라고 하셨다. 이미 우리가 주로 다룬 일상생활의 내용들은 사노고 방문과 홈스테이를 거치면서 거의 정해진 내용들이었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도쿄 연수에서 발표 준비와 관련된 점들을 따로 눈여겨보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도 조금 남는다.

#2월 15일 오후, 도쿄 가이드 & 오노마토페
이날 오후도 역시 센터 교실동에서의 활동이 이어졌다. 먼저, 우리가 교토에 가기 전에 받았던 수업처럼 우리가 도쿄에 가서 어떤 곳들을 갈 것인가 미리 알아보고 그에 대한 설명을 받는 순서가 있었다. 우리가 신칸센을 타고 가서 비행기를 타고 돌아올 것이라는 이동수단 설명부터, 아사쿠사와 메이지 신궁, 오다이바와 같이 우리가 도쿄에서 가게 될 곳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신오쿠보 역에서의 이수현씨 추모 행사(라고 하지만 묵념과 헌화의 간소한 일정이었다)와 때마침 개봉한 이수현씨 기념 다큐멘터리영화 관람, 그가 생전에 다녔던 아카몬카이(赤門会) 일본어학교 방문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 이후에는 일본어의 오노마토페에 관한 수업이 있었다. '오노마토페' 라 함은, 한국어로 치자면 의성어, 의태어와 같은 단어들로, 이외에도 의음어(擬音語), 의정어(擬情語)가 있는 등 일본어에 특히 발달한 언어형식이라고 한다. 우리가 만화 효과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팟' '후다닥' '우지직', 이런 표현들이 모두 오노마토페라고 할 수 있다. 나도 평소에 만화를 원서로 보면서, 온 페이지를 뒤덮고 있는 오노마토페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 표현들이 다 정형화 된 것인가, 아니면 작가들이 직접 만들어내는 고유한 단어들인 것인가와 같은 의문을 가졌었다. 또, 읽기 귀찮다는 이유, 과장되어 표현된 가타카나들이 눈에 잘 안들어온다는 이유로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수업에서 오노마토페를 만드는 일종의 규칙이나 오노마토페가 주는 효과 등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이후 본격 수업에는 간사이 센터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자료와 교재, 그리고 유투브에서 찾을 수 있는 영상 등을 통해 만화 속이 아니더라도 일본 매체에서 오노마토페가 매우 자주, 그리고 광범위하게 쓰인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 직접 우리가 오노마토페들을 창작해 보는 시간도 있었다. 자신이 만든 걸 발표한 친구들을 보면 나름 설득력 있게, 뭘 표현하는가 알 수 있게 만든 것도 꽤 있는 듯 했다. 하지만 나는 내 창의력이 부족한 건지, 기존에 오노마토페들을 잘 눈여겨보지 않아서 인건지, 단어를 만들어 보느라 꽤 진땀을 뺐던 기억이 있다.


와다이코 연습 중 (촬영: 간사이 센터)

#와다이코 체험
이 날의 마지막 수업은 와다이코(和太鼓) 체험이었다. 이름 그대로 일본 전통(和)식 북(太鼓) 연주 체험이었는데, 센난시(우리가 위치한 지역)의 와다이코 협회 같은 곳에서 와주셔서 가르쳐 주는 방식으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설명에 따르면, 바다에 사는 용신에게 기원하는 내용의 북 연주를 한다고 했다. 센난시 자체가 바다에 가까운 지역이니만큼, 생활과 역사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지역문화 같아 보였다. 연주는 세 명이 한 팀으로, 한 개의 북을 돌아가면서 순차적으로 두드리기도 하고, 동시에 한 북을 같이 두드리기도 하는 순서들이 반복되었다. 난이도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 편으로, 자타공인 음치에 박치인 나도, 30분 정도 연습하다보니 익숙해 질 정도였다. 아마 평소에 태고의 달인(애초에 이름이 태고太鼓다!)을 하던 사람이라면 더욱 쉽게 따라하지 않을까 싶다. 이 체험 역시, 마찬가지로 혼자 여행을 왔더라면 하지 못했을 체험이라 그 점에서 감사하게 여겨졌다. 또, 자신의 지역 문화를 지키기 위해 꾸준히 능동적 활동하는 분들이 있다는 점에서 부러움을 느꼈다.

다음날부터는 도쿄 2박 3일 연수 체험이 예정되어 있었다. 우리와 같이 가는 오노데라 선생님과 요시모토 선생님의 1차적 대목표가 '신칸센에 모두를 태우는 것'(신칸센은 고속철도임에도 지하철 수준으로 도착하고 출발한다)이라는 것을 상당히 강조하셨기에, 이 날은 늦지 않게 일찍 잤던 것 같다.


첨부: 체험쉐어링 결과물